보드게임

아그리콜라 vs 카베르나: 어떤 보드게임이 더 전략적인가?

dataworld-1 2025. 4. 19. 06:06

🧩 서론: 전략 보드게임의 양대 산맥, 두 게임 사이의 미묘한 차이

전략 보드게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아그리콜라(Agricola)와 카베르나(Caverna)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두 게임은 모두 독일의 유명 보드게임 디자이너 우베 로젠버그(Uwe Rosenberg)의 작품이며, 유로게임 장르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손꼽힌다. 같은 디자이너의 게임답게 공통점도 많지만, 실제로 플레이해 보면 느껴지는 분위기와 고민의 방향은 상당히 다르다.

아그리콜라는 중세 농부의 삶을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한정된 자원 속에서 가족을 먹이고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 중심의 게임이다. 반면 카베르나는 드워프 종족이 동굴을 개척하며 삶의 방식을 확장해나가는 테마로, 전략적 자유도가 훨씬 넓은 게임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게임이 더 전략적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한쪽이 낫다는 식의 결론보다는, 두 게임의 구조적 차이를 비교 분석하면서 각자가 어떤 방식으로 전략성을 담아내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정확한 접근이다. 이 글에서는 게임의 시스템, 자원 구조, 선택의 난이도, 심리적 압박, 리플레이성 등을 기준으로 두 작품의 전략성을 집중 분석해보려 한다.


🎯 핵심 구조의 차이: 제한된 선택과 자유로운 설계

아그리콜라의 전략 구조는 철저하게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의 최적화를 추구한다. 각 라운드에서 일꾼을 놓을 수 있는 칸이 제한되어 있고, 플레이어 수에 따라 원하는 행동을 빼앗기기 일쑤다. 예를 들어, 나무를 얻으려는 자리에 누군가 먼저 놓는 순간 그 라운드에서는 그 자원을 얻을 수 없다. 때문에 모든 선택에는 경쟁이 따르고, 타이밍과 우선순위가 전략의 핵심이 된다.

반면 카베르나는 선택의 폭이 훨씬 넓다. 초기부터 다양한 건물에 접근할 수 있고, 자원 수급도 비교적 풍부하게 제공된다. 이에 따라 한정된 선택 속에서 경쟁하는 압박보다는, 플레이어 각자가 원하는 전략을 ‘설계’해나가는 방식의 고민이 더 강조된다. 게임 내에서 갈등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필수적인 생존과 직결되지 않기 때문에 보다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다.

아그리콜라 vs 카베르나

 



🍞 자원 구조와 생존 압박의 정도

아그리콜라의 핵심은 ‘굶지 말자’는 데 있다. 게임 내내 반복적으로 식량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못 하면 벌점을 받게 된다. 식량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밭을 갈고 곡물을 심거나, 가축을 키워야 한다. 문제는 자원을 얻는 칸도, 이를 가공하는 칸도 제한되어 있고, 필요한 타이밍에 원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점이다.

이런 구조는 매 턴을 고통스러운 선택의 연속으로 만든다.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오늘 할 행동이 내일을 망칠 수도 있고, 상대가 내 예상보다 한 수 빨리 움직이면 전부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생존이 곧 전략이 되는 게임이다.

이에 비해 카베르나는 식량 압박이 훨씬 덜하다. 자원이 많이 제공되고, 동굴 공간도 넓게 활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식량을 얻을 수 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생존보다는 어떻게 점수를 최대화할 것인가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여러 전략 중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향을 선택하고, 그것을 극대화하는 쪽에 전략이 집중된다.


🃏 카드 시스템과 전략 다양성

아그리콜라는 게임을 시작할 때 직업 카드와 보조 설비 카드를 받는다. 이 카드들은 게임마다 달라지며, 어떤 카드 조합이 손에 들어오느냐에 따라 전체 전략이 바뀌게 된다. 좋은 카드가 없으면 다소 불리할 수 있지만, 제한된 조건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즉, 카드에 의해 전략적 방향이 결정되는 구조이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실현하느냐에 따라 실력 차이가 발생한다. 카드 활용 능력은 아그리콜라의 전략성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운이 아니라 해석과 순서 설계가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한다.

반면 카베르나는 카드 대신 고정된 건물 시스템을 사용한다. 모든 플레이어가 같은 건물을 볼 수 있고, 언제든지 원하면 그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운의 요소가 거의 배제된 대신, 누구보다 먼저 좋은 건물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구조는 전략의 예측성과 장기적인 설계력에 초점을 맞추게 만든다.


🤯 심리전과 플레이어 간 경쟁의 강도

아그리콜라에서는 한 칸 한 칸이 전쟁터다. 누가 먼저 일꾼을 놓느냐에 따라 전체 전략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항상 서로의 선택을 눈치 봐야 한다. 특히 마지막 가족 먹이 주기 직전에 필요한 자원이 없을 경우, 상대가 자리를 막아버리면 대책이 없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모든 턴마다 다른 플레이어의 행동을 예측하고 견제하는 심리전이 필수적으로 작용한다.

카베르나는 같은 워커플레이스먼트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자원의 공급량이 많고 공간도 넓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다. 물론 중요한 건물이나 칸은 빠르게 선점당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 칸이 아니면 안 되는 상황은 드물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는 심리전보다는 자신의 계획에 집중하고, 루트를 최적화하는 방식이 더 강조된다.


🔁 리플레이성과 전략 다양성

아그리콜라의 리플레이성은 카드 시스템 덕분에 매우 높다. 게임마다 다른 조합이 나오고, 그에 따라 전혀 다른 전략을 짜게 된다. 또한, 게임의 흐름이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같은 카드라도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르게 활용될 수 있다.

카베르나는 카드 덱이 없기 때문에 매 게임의 시작 조건은 거의 같다. 하지만 건물 조합, 자원 운용 방식, 드워프 확장 타이밍 등에서 다양한 전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 깊이는 부족하지 않다. 특히 초보자부터 고수까지 폭넓게 즐길 수 있으며,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에 반복 플레이 시에도 지루함을 느끼기 어렵다.


✅ 당신에게 맞는 전략성을 선택하라

아그리콜라와 카베르나는 구조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전략적인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아그리콜라는 극한의 압박 속에서 생존을 위한 최적화된 선택을 강요하는 게임이다. 상대의 움직임을 계속 눈치 보며, 제한된 자원 안에서 살아남는 방식의 심리전과 수 싸움이 전략의 핵심이다.

반대로 카베르나는 선택의 자유를 주고, 그 안에서 장기적인 설계와 최적화 루트를 찾아가는 게임이다.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점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전략을 마음껏 펼치고 싶은 플레이어에게 적합하다.

따라서 어떤 게임이 더 전략적인가라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대신 어떤 방식의 전략이 자신에게 더 잘 맞는지를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제한된 상황 속의 수 싸움과 심리전을 좋아한다면 아그리콜라가 정답이고, 자유로운 설계와 자기만의 루트를 추구한다면 카베르나가 더 전략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전략 보드게임의 본질은 ‘선택’에 있다

보드게임은 결국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제한적일수록, 혹은 무한할수록, 전략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아그리콜라와 카베르나는 바로 그 ‘선택의 방식’이 다른 두 게임이다. 어느 쪽이 더 전략적이냐는 질문보다, 어떤 전략 구조에서 더 즐겁게 사고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지금,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가?